사람들은 기독교가 약자들의 종교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인간이 어려울 때 의지할 곳이 없으니 결국 신에게 의지하는 비겁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까지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그런 면이 없지 않습니다. 인간이 자기의 운명을 스스로 해결할 수 없어서 신에게 의지해 문제를 풀어 보려고 하는 것이 비겁함으로 보여질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것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고통을 겪고 아픔을 겪을 때에야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평범한 존재이고 얼마나 한계가 있는 존재인지 알게 됩니다. 고통과 아픔이 있을 때, 그 전에 자기를 겹겹이 에워싸고 있던 온갖 치장물들이 전부 벗겨집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매우 순수한 상태가 되지요. 고통과 아픔 없이는 사람이 그렇게 순수해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자기를 직면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은 약자가 되고 난 다음에, 고통과 아픔을 겪고 난 다음에 하나님을 진실하게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리적인 어떤 지팡이로서, 또는 단순히 마음의 위로를 얻기 위해 하나님을 도구적으로 찾을 때, 거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통해 인간이 자신의 모습을 정말 발견할 수 있다면, 그래서 진실하게 자신의 한계를 발견하고 그 이상의 존재를 찾는다면, 그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고통과 아픔은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지만 반드시 있어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Q15. 신앙이란 결국 약자들의 위안이나 의지의 대상 아닙니까?